사적인 것, 공적인 것, 공통적인 것
사적인 것, 공적인 것, 공통적인 것
Chaos 2010/09/17 01:28
― THE PRIVATE, THE PUBLIC AND THE COMMON
위와 같은 고찰을 토대로, 우리는 ‘공적인 것’을 요구하는 사람들의 목소리 안에 존재하는 ‘공통적인 것’에 대한 욕구를 읽어낼 수 있다. 노동자들이 사유화에 맞서 국유화를 외칠 때, 그것은 “국가가 유일한 해결책이다” “국가가 최고다”라는 식의 국가주의적 맥락에서보다는, ‘사적인 것’의 냉혹한 공격에 맞서 자신들을 보호해 줄, 정확히는 스스로를 보호할 공동체에 대한 욕구라는 맥락에서 더 옳게 이해될 수 있다. 때문에 ‘공적인 것’에 대한 요구는 때에 따라 혁명적으로 급진화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공적인 것’과 ‘사적인 것’의 이분법 너머에 존재하는 ‘공통적인 것’에 대한 요구는, 우리와 우리 사회를 덮고 있는 ‘사적인 것’이라는 환상을 벗어던지겠다는 선언이며, 훼손되지 않고 상처입지 않은 온전한 우리의 삶을 만회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적인 것’에 대한 요구가 ‘공통적인 것’에 대한 요구로 옳게 나아가지 못할 때, 혹은 적어도 ‘공통적인 것’의 지평에서 고려되지 못할 때, 그것은 ‘사적인 것’을 위협하지 못하며, 심지어 그것을 더욱 공고화한다. 이것이 공론장, 공공영역, 공적기능 그리고 그 모든 ‘공적인 것’들의 총화로서의 국가를 주장했던(주장하는) 많은 사람들이 피하지 못했던(못하는) 덫이다. 모든 이분법적 틀 속의 대립항들이 그렇듯이, 이분법 자체를 문제삼지 않은 채로 양쪽 중 어느 한 항을 주장하는 것은, 똑같이 반대편 항도 강화시킨다. ‘공적인 것’에 대한 요구가 혁명적일 수 있으려면, 그 요구가 ‘사적인 것’을 위협할 수 있을 정도로 밀고 나가져야 하며, 그때 비로소 그것은 ‘공통적인 것’에 대한 요구와 다름 아닌 것이 될 수 있다.
최근 고대와 이대에서 진행 중인 ‘도서관 개방 운동’의 핵심적 근거는 ‘대학의 공공성’이다. 운동의 주체들은 대학이 사회에서 점하고 있는 ‘공적인’ 위치에 걸맞는 ‘공적인’ 기능과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이 제기하고 있는 ‘공적인 것’에 대한 요구가 지식 즉 ‘앎’의 공유라는 점에서 이 운동은 직접적으로 ‘공통적인 것’에 대한 요구로 나아갈 수 있는 풍부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앎’은 언제나 ‘공통적인 것’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그리고 그러한 잠재력이 발현될 수 있는 필요조건은 대학외부(‘사적인 것’의 영역)에 맞서 ‘대학내부만이라도’ 공적이어야 한다는 식의 이분법에 갇히지 않는 것이다. 모쪼록 이 운동이 앎과 풍요로운 삶을 갈구하는 많은 이들의 ‘공통적인 것’의 구축에 옳게 결합되기를 바라며, 글로나마 지지와 연대의 마음을 보낸다.